대략 말하면 140억 년인데 이제는 이렇게 대략 말하기도 곤란해진 상황입니다. 나이의 오차가 2천만 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소한 138억 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참 놀라운 일이고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주의 나이를 이렇게 특정지 울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아마 100억 년 또는 200억 년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했을 것이고 과학적 표현에서는 150±50억 년 정도로 표현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우주의 나이에는 100% 오차가 있다는 얘기도 했었습니다. 불과 30년도 되지 않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998년 우주의 가속 팽창이 발견된 이후이니 20년 남짓 되었을 뿐인데 우주의 나이 정밀도가 1% 이하로 줄어든 것입니다. 정밀 우주론의 시대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우주의 나이는 유럽 우주항공국(ESA)이 2009년 발사하여 5년간 우주 배경 복사의 비등방성 관측을 수행한 Planck 자료를 분석하여 얻은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2001년 발사하여 10년 동안 우주 배경 복사의 비등방성을 관측한 WMAP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우주의 나이를 구했는데 137,72 ± 0.59 억년이었습니다. 오차가 0.4%에 불과하니 이도 놀라운 일인데 최근 Planck 자료는 오차를 또 반으로 줄였으니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처럼 정밀한 우주 나이의 측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우주의 나이를 가장 간단하게 유추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이제 우리가 익숙하게 된 허블 상수(H)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허블 상수와 우주 나이 사이의 관계는 은하까지의 거리와 은하의 후퇴 속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허블 법칙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허블 법칙은 V = HD로 표현되며 은하의 거리(D)를 Mpc로, 은하의 후퇴 속도(V)를 km/s 단위로 표현하면 우주의 팽창률을 나타내는 허블 상수의 단위는 km/s/Mpc가 됩니다. 여기서 단위에 들어간 km나 Mpc나 둘 다 거리의 단위이니 서로 상쇄되고, 허블 상수는 결국 시간의 역수가 됩니다. 따라서 허블 상수의 역수는 시간의 단위를 갖게 됩니다. 만일 우주의 팽창률이 일정했으면 1/H은 우주의 나이가 되고 이를 허블 시간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H=50km/s/Mpc일 경우 허블 시간은 195억 년이 되고, H=100km/s/Mpc 이면 허블 시간은 98억 년이 됩니다. 만일 우주가 밀도가 0인 빈 공간이라면 우주의 팽창률이 일정하게 되어 허블 시간이 우주의 나이가 될 수 있으나 우주는 은하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중력이 우주 팽창을 감속시키게 됩니다. 우주의 팽창률은 우주의 밀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를 알려면 우주의 밀도를 알아야 합니다. 우주의 밀도는 공간의 곡률(k)을 결정합니다. 우주가 평탄한 기하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 곡률이 없어 k=0이 되고, 곡률이 양(k>0)인 경우 국부적으로 구의 표면과 같은 기하학적 특성을 갖고, 곡률이 음(k <0)인 경우 안장과 같이 바깥으로 휘는 기하학적 특성을 갖습니다. k=0일 때의 밀도를 임계 밀도(ρc)라 하고 밀도(ρ)를 임계 밀도로 나눈 밀도 계수(Ω)로 표현하여 밀도에 따른 우주 모형의 차이를 구별합니다. 즉, Ω=1인 경우 곡률이 0이 되어 평탄 우주라 부르고, Ω > 1이면 양의 곡률인 닫힌 우주, Ω < 1이면 음의 곡률인 열린 우주라 합니다. 허블 시간은 열린 모형의 우주가 가장 크고, 닫힌 모형의 우주가 가장 작습니다. 그 이유는 닫힌 우주에서 열린 우주보다 더 많은 감속이 일어나 현재의 팽창률이 되었기 때문에 닫힌 우주가 열린 우주보다 더 빠르게 팽창되어왔음을 알 수 있고, 팽창률의 역수에 해당하는 허블 시간이 짧게 됩니다. 현재의 우주는 우주 초기의 급팽창에 의해 우주의 모든 부분이 평평해져 평탄 우주가 되어 있습니다. 우주에 척력이 없고 팽창을 감속시키는 중력의 영향만 있을 경에는 평탄 우주에서 우주의 나이는 허블 시간의 2/3가 됩니다. 1990대 초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로 구한 은하의 거리를 이용하여 구한 허블 상수 값이 68km/s/Mpc로 알려져 우주의 나이 위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68km/s/Mpc에 해당하는 허블 시간은 146억 년이고 평탄 우주의 나이는 97억 년 밖에 되지 않는데 우주에는 이보다 나이가 많은 천체가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은하계에 있는 구상성단이란 천체인데 이들의 나이가 130억 년 정도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를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인간이 100년을 넘기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100년이라 하더라도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1억 분의 1도 되지 않으니 가히 찰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주인처럼 굴지만 실제는 순간적으로 지나는 객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더 의미를 가지려면 우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주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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